1. 위기의 여자의 남자 - 1

    그러고보니 그것은 반환점 사이를 오가는 마라톤 같았다. 거짓말 같이 길고도 거짓말 같이 짧았던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는 일 없이 부지런히 이런 저런 일들을 치르고 준비하는 와중에도 회사일은 또 그리 녹록치 않아 결혼 직전 한 주동안에는 출근한 당일에 퇴근한 일도 거의 없지 않았던가.

    그렇게 긴 일정을 마치고 떠난 여행. 그 여행에서 돌아온 지난 주 어느 저녁. 긴장이 다소 풀린 탓인지 몸살 기운도 있고 소화기 계통도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아내와 나는 저녁을 집에서 먹기로 하였고, 내가 먼저 집으로 가면 분명 늦게 퇴근할 소지가 다분하여 나는 그를 데리러 가서 함께 집으로 귀가 하였다.

    귀가 시간은 저녁을 먹기에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 쯤에 집에 돌아왔다면 둘 다 상태는 파김치 같았을텐데 이 새색시는 신랑 굶길 수 없다며 밥을 챙기기 시작하는데, 이미 ‘피곤해’라고 쓰인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이건 몸보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주섬주섬 뭐라도 할라치면 “가만히 있으라”는 본원 도련님보다 더 엄한 본처 마나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간단히 남은 밥에 계란 후라이면 되는데 또 이것 저것 만들어서 밥상을 차리는 아내가 고맙고 또 한편으로 미안하다. 유난히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취약한 그에게 아마 나의 건강 역시 커다란 걱정거리가 될 것은 너무나 뻔하기에, 30년 넘게 아무 신경 안쓰고 방치해온 건강에 대해 이제 집중적인 관심과 케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나 스스로를 챙기는 것이 아내의 가장 큰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인 것 같다. 

    그야말로 망신 창이가 된 집을 혼자 또 끙끙이며 정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유로 아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겠지.

    ——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아마도 맛난 영양 만점의 식사를 해줄 거 같은 예감이다. 말잘듣는 착한 어린이 처럼 밥 잘 먹어야겠다.

Notes